메뉴 건너뛰기

     

 

동탄 작가정원 '느릿느릿 걷는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길>, 이준관 시인

 

 

지난 여름 광화문을 지나다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란 시 때문에 현판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이 시는 단숨에 나를 오래 전 추억속의 동네 골목길 어귀에 데려다 놓고 말았다.

 

세련되지 않은 담장, 동그란 불두화 송이가 담장에 걸쳐 피어있었던 추억 속의 시간으로 말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가는 도시의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달리기에 지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멈춤과 쉼이다.

 

그래서 별을 품고 들꽃을 품어 꼬불꼬불 구부러진 골목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쉼과 회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길이 있는 정원은 느리게 걸어도 되는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골목길을 거닐며 지친 삶이 따스함 한 조각을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